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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오래된 비판 그 후 30년: 한 세대를 뛰어 넘어 시대를 읽다

    기사 작성일 2020-03-11 10:10:58 최종 수정일 2020-03-11 10: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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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오늘을 다시 쓰다

     

    "역사의 대지는 지난 세대의 피와 땀, 지혜와 열정, 성공과 실패의 경험으로 퇴적층을 이루며, 현실의 나무는 그 속에 뿌리를 뻗고 미래를 향해 가지를 뻗어나간다. 과거 세대의 공과가 쌓인 퇴적층을 탐구하는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이 책은 진보적 시사지인 월간 『말』에 실린 글을 통해서 바라보고자 한다. (중략) 한 세대 전의 월간 『말』 주요 기사를 엮으면서 한 가지 놀란 점이 있다. 제목만 놓고 보면 과거의 흘러간 문제가 아니라 이전 세대가 풀지 못한 미완의 과제이고, 현재 한국사회의 주요 쟁점이며, 이후 미래 세대가 오랫동안 풀어야할 과제이기 때문이다."(5페이지)

     

    세월이 지나도 지난날을 되돌아봐야함은 역사적 교훈이다. 우리 사회의 모순이자 갈등 요소가 되는 '앓음'이 낫기 위해서다. 이 책은 30년 전의 한국사회를 돌이켜보면서 현재의 문제를 풀 지혜, 미래의 '파국'을 막을 방안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편집부는 기획의도를 '한 세대를 뛰어넘어 시대를 읽다'로 표출했다. 이 책은 문제적 현안에 대한 정책적 대응과제의 단초를 되새기게 하는, 쟁점재론을 꾀하고 있다. 일부분은 오늘날의 상황과 맞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역사의 기록이라는 점과 이를 되짚어볼 수 있는 주제의식에 논점이 집중된다. 열 가지 장별로 수렴된 34개 글의 옴니버스(Omnibus)식 구성을 취한다. 이 책을 읽으면 '독립' 영화를 관람하는 듯 낯익은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회고의 해묵은 묘사가 각각 현재화된 현실로 중첩돼 참신함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여기서 '독립'은 중의적인 표현이며, 오히려 그 반대되는 관념에 실제로 짓눌려온 관객들의 결속을 독려하는 것 같다.

     

    사회변혁을 목표로 해 구체제(ancien régime)를 전복시키는, 권력계층의 교체나 통치형태의 변화를 의미하는 '혁명(革命)'은 명운을 고친다는 뜻이다. 물론 목숨이 끝닿는 지점을 바꿔 다른 운명으로의 전환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시대적 사명의 완수가 미완으로 그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법의 정신'이 녹아있는 방향이라면 그 궤적은 혁명의 의지로 관철돼야 할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하겠다. 

     

    1748년에 발간된 몽테스키외(Charles Montesquieu)의 『법의 정신(De l’esprit des lois)』은 법의 개념을 '사물의 본성'에서 유래하는 필연적 관계로 새기고 있다. 200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에도 '법의 정신'을 설명해주는 고전이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그 요체라 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수많은 이익충돌이 점철돼 있고, 그 가운데 이기주의가 팽배한 나머지 애써 주위를 돌아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 벌어지는 수많은 분쟁은 법의 이름으로 단죄되거나 조율되기도 하며, 이에 관한 법이념은 정의(正義)의 잣대로서 자유와 평등의 실현일 것이다.

     

    책 말머리의 고갱이를 엮으면 아래와 같이 간추릴 수 있겠다. 여기서의 정합성은 정의의 징표로 발현되고 지금에도 입법정책의 좌표가 될 수 있다. "평화는 전쟁 없는 상태만도 아니요, 적대세력간의 균형 유지만도 아니며, 전제적 지배의 결과도 아니다." 물론 남북경제협력이 자칫 '현 체제의 고수'로서 '정치적 목적'에 이용될 수도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일본경제는 곧 한국전쟁 당시 한국 민중에게 강요된 소모전과 피의 대가였다. 일본 군국주의를 물리치고 평화통일을 이룩하는 길은 민주주의의 완성과 분리해서 다룰 문제는 결코 아니다. 미국의 전쟁전략에 끌려들어간 우리 민족사의 고통과 희생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저질러진 월남양민들에 대한 학살에 사죄하는 자세를 가진다. 또 선진국 간 패권경쟁의 긴장이 작용하는 '힘의 장'에 뛰어들어 국제관계를 주도하는 노력이 강조된다.

     

    이를 위해서는 모순으로 굴절된 경제적·문화적·환경적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본문에 피력된 것처럼 군사적 분단으로 말미암아 자유로운 공론의 장이 질식되고 사회적 비극이 초래됐다는 평가로 경도되지 않더라도 단절된 한국 언론사의 복원은 절실하다.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은 미래의 사회를 분열과 종속의 굴레에서 탈피하도록 하는 주체적 의식의 기초가 되고 역사는 그 자체로만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다. 한민족의 현실은 물론 미래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인 바,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사회는 건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통령은 긴급조치라는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해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한 2015년 3월 26일의 대법원 2012다48824 판결을 되짚어 볼 수 있다. 긴급조치라는 국가작용 역시 헌법에 기속돼야 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 보장에 역행할 수 없을진대 '고도의 정치성'을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부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國政)과 사법(司法)이 결탁하던 시기에 판시된 이 같은 초헌법적 발상(超憲法的 發想)은 민주주의·법치주의·합리주의를 퇴락시켰다. 우리는 여기서 과거에 대한 재단이 현재의 논리로 평가되고 다시금 미래의 정황을 더듬을 수 있는 가늠자가 된다는 역사적 진실을 확인하게 된다. 바르고 알맞음으로서의 정의, 합헌적 실체와 절차, 건전한 상식과 보편적 이성에 기초한 판단이라면 이른바 통치행위(統治行爲)라 할지라도 손해전보(損害塡補)에 있어서는 사법심사가 배제된다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새로 읽고 다시 써야한다.

     

    저자: 김민웅(재미언론인,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외 33인 
    출판사: 독립무크말+
    출판일: 2019. 10.
    쪽수: 501
    서평자: 이민영 가톨릭대학교 법학과 교수, 법학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김호기, 박태균 지음 / 메디치미디어, 2019 / 340p.
    김호기, 박태균 지음 / 메디치미디어, 2019 / 340p.

     

    한승헌 지음 / 창비, 2016 / 471p.
    한승헌 지음 / 창비, 2016 / 4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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