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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고기로 태어나서: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기사 작성일 2019-08-28 11:11:56 최종 수정일 2019-08-28 11: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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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3. 고기로 태어나서.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생명인가 상품인가?

     

    "개장수보다 더 천한 놈이 누군 줄 알아? 돈 없는 놈! 돈 없는 놈은 살인, 강도보다 천한 놈인 거야. 우리 어렸을 때 어른들이 뭐랬냐면 멀리서 돈 없는 놈이 오는 게 보이면 산도 빙 돌아간다 그랬어. 그놈이랑 마주치기 싫어서….(중략)개 잡는 거 잔인하다고 애들 공부 안 시킬 거야? 만 원이라도 더 벌려면 뭐든지 하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그것 말고는 다 드라마고 유행가야."(406-407페이지)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노동자로 일을 하면서 상품의 논리가 지배하는 공장식 축산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큐멘터리 찍듯이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닭, 돼지, 개라는 생명체가 상품화의 과정에 편입되면서 어떻게 물건처럼 아무렇게나 함부로 취급되고 죽임을 당하고 버려지는지 보여준다. 저자의 묘사는 잔일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적나라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처참했다. 예컨대 축산 농장에서 동물들의 생사여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료 가격이다. 사료를 먹은 만큼 살이 쪄야한다. 사료만 축내고 있다 싶으면 가차없이 버려진다. 닭도 그렇고 돼지도 마찬가지였다. 사료 비용의 절감이 동물농장을 지배하는 제1의 원칙이었고, 농장의 동물들이나 사람들 모두 그 무자비한 원칙에 따라야만 하는 것이었다. 

     

    개 농장은 이런 면에서 다소 복잡한 측면이 있다. 개 농장은 사료 대신 음식쓰레기를 돈을 받고 수거한 것('짬'이라고 부른다)을 개에게 먹이기 때문에 사료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현재 음식쓰레기 처리의 중요한 메카니즘으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고기 농장을 금지하게 되면 음식쓰레기 처리를 할 수 있는 대안이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 결국 동물복지, 위생, 악취, 오염 등 여러 가지 문제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 농장을 정부에서 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술은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동물도 사람처럼 생각과 감정이 있는데 농장에서는 그런 것에 대한 고려가 일절 없다. 그냥 고기라는 상품으로만 취급당한다. 때문에 모든 작업이 상품가치를 높이는 쪽으로만 진행된다. 닭의 부리를 자르고, 마취 없이 어린 돼지의 이빨을 뽑고 꼬리를 자르며, (단지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거세를 진행한다. 개는 목을 매달거나 전기충격기로 죽인 다음 그을려서 털을 제거하고 도축을 하게 되는데 다른 개가 그 장면을 그대로 보도록 방치한다. 이것을 잔인하게 바라보는 저자를 향해 개 농장주는 이렇게 말한다. "야, 너 이게 '잔인하다' '더럽다' 그런 선입견을 버려야 해. 음식이라고 생각을 해야지. 돈 벌려면 어쩔 수 없잖아?" 처음에는 저자도 좁은 닭장 안에 갇혀 있는 닭들을 동정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점차 일이 부담될 정도로 힘에 부치게 되자 닭들이 생명체라는 느낌을 점차 잃어버렸다면서 "손에 '투두둑' 하고 닭의 명줄이 끊어지는 느낌이 전해져도 정말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고 쓰고 있다.

     

    저자는 '맛있는 고기'와 '힘쓰는 고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힘쓰는 고기인 셈이다. 대부분이 외국인인 농장 노동자들의 처우는 상상 이상으로 열악했다. 농축산업 종사자는 일반적인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데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농업 분야를 예외 영역으로 했기 때문이다. 관행적으로 최저임금도 적용하지 않았다. 동물들의 똥과 먼지, 쥐약, 음식쓰레기를 뒤집어쓰면서 쉴 틈 없이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우리나라의 동물농장 노동여건은 너무 가혹하고 비참했다.

     

    저자는 공장식 축산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동물복지농장에 대해 동물이 좁은 철창에 갇혀 지내는 것에서 해방시킨다는 측면(공간적 자유)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비중(1%)이 너무 작고 나머지 99%의 기존 축산시설들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이 전혀 없어서 한계가 있다고 봤다. 시간적 측면에서는 동물복지농장도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동물들의 수명에 비해 너무 짧은 시간만 허용된다는 점이다. 적어도 개체가 성숙해서 교미를 하고 새끼가 태어나는 기간 정도는 보장을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생산비가 급격하게 치솟기 때문에 농장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다. 축산업의 수익 발생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동물들의 시간을 연장시키는 대안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동물들이 갇혀 있는 시간의 감옥에 대해 고민해볼 가치는 있을 듯싶다"라고 주문한다. 개고기 식용과 관련해서 동물에게 지나친 고통을 강요하는 전통을 굳이 우리 것이라고 고집할 필요는 없으며 세계적으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봤다. "하루에도 수십 톤의 음식쓰레기를 쏟아내는 시대가 소비하는 고기의 양과 종류는 느는 게 아니라 줄어야 한다. 그것이 동물과 환경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합리적인 길이라고 나는 믿는다."

     

    책의 각 챕터 마지막에 저자는 "언제나 삶의 밝은 면을 보세요"(닭농장), "언제나 죽음의 밝은 면을 보세요"(돼지농장), "언제나 폭력의 밝은 면을 보세요"(개농장)라고 적었다. 저자의 바람처럼 공장식 축산의 부정적인 측면이 점차 줄어들고, 동물복지농장과 기존의 동물농장 간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는 쪽으로 정책과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졌으면 한다. 그 핵심은 동물을 더 이상 상품화의 논리로만 바라보지 않고 우리와 함께 지구 행성에서 살아가는 동반자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 그리고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저자 : 한승태(작가)
    출판사 : 시대의창
    출판일 : 2018. 4.
    쪽수 : 462
    서평자 : 이상헌 
    한신대학교 평화교양대학 사회혁신경영대학원 부교수, 행정학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김종철 지음 / 녹색평론사, 2019 / 4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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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렛 한 니먼 지음, 황미영 옮김 / 수이북스, 2012 / 4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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