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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공존과 지속: 기술과 함께하는 인간의 미래

    기사 작성일 2019-08-21 17:12:42 최종 수정일 2019-08-21 17: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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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공존과 지속 기술과 함께하는 인간의 미래에 관하여

     

    "저는 우리 사회의 키워드를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자꾸 혁신이나 창조를 강조하는데, 이 단어들 속에는 경쟁과 우위 같은 개념이 깔려 있습니다. 이런 키워드 말고 공존과 지속 같은 키워드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공존할 수 있고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창의성도 발휘되고 혁신도 나오리라 생각합니다."(487페이지)

     

    바야흐로 대전환의 시대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간의 경제외교적 갈등, 그리고 북핵을 둘러싼 안보환경의 변화 등으로 우리나라는 지금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게다가 이같은 당면한 문제와 더불어 세계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섰다고 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유전자 조작 등 첨단기술의 발전은 미래사회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한다. 즉 문명의 대전환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대전환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담론이 우리 사회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대부분의 담론은 너무 이념 지향적이거나 근거가 불충분해서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의미있는 담론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미래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끄는 동력은 유전자 조작이나 인공지능 등의 첨단기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정통한 과학기술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회의 변화는 기술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문화적 배경과 사회적 환경에 따라 똑같은 기술이라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의미 있는 담론이 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자공학자와 인문사회학자가 같이 참여해야 한다. 즉 학제적 연구가 필수불가결하다는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의미있는 담론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철학부터 심리학, 교육학, 법학, 자연과학, 공학 등 전공분야가 서로 다른 서울대학교 교수 23인이 유전자 조작, 에너지 시스템,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 미래의 교육이라는 4가지 큰 주제에 대해 토론한 내용을 정리하고 또 각자의 주장을 글로 써서 전문성을 보완했기 때문이다. 우선 각 주제마다 유전자 가위, 인공지능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기술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한계점 등을 설명한 후 그 기술의 인문사회학적 의미나 사회에 미칠 영향 등을 다른 분야의 전공자들이 논평하고 토론하는 독특한 형태를 택했다. 이것은 진정한 학제 간 연구의 한 예로서 넓은 시각에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객관적이며 심도 있는 토론이 가능하게 했다. 아마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씽크탱크(Think Tank)의 좋은 모델이 아닌가 한다.

     

    이런 토론 과정에서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몇 가지 중요한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성장중독증'의 극복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혜택으로 소득과 소비가 계속 늘어나는 경험을 해왔고, 따라서 확장적인 성장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자원은 한정돼 있고 경제가 언제까지나 성장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제는 가지고 있는 것을 좀 더 나누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세대 간 격차가 크고 아직 탈물질적인 가치가 매우 취약한 것이 문제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에 대한 대응이 어려울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유경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분산형 네트워크'의 중요성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시스템의 경우 지금처럼 중앙집중형을 고수하면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 건설지역의 민원 부터 송전시의 전력 손실 등 여러 사회적, 기술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분산형 발전원을 이용한 지역 자급형 소규모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스마트 그리드' 기술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에서도 지금처럼 거대한 캠퍼스를 보유한 종합대학에서 학생들의 수강과목을 관리하고 학위를 수여하는 시스템을 넘어 앞으로는 다양한 온라인 교육을 통해 특정 전문분야의 단기교육과정인 나노 디그리(Nanodegree)과정 같은 것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미 유다시티(Udacity)나 코세라(Coursera) 같은 대표적 무크사이트는 이와 같은 수익모델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셋째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공존과 지속'이라는 키워드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혁신이나 창조를 강조해 왔는데, 이 단어들 속에는 은연중에 경쟁과 우위 같은 개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어떻게 경쟁에서 남을 이기느냐 보다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공존하고 같이 오래 살 수 있을까가 중요해질 것이다. 즉 공존(co-existence)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이 점은 우리 사회의 성장중독증 탈피와 탈물질적 가치관의 확립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적 대변혁에 대한 정보를 주면서 우리 나름대로 준비해야 할 점들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전문가들이 4년간의 준비를 거쳐 낸 책인 만큼 내용도 충실하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8월 휴가철에 한번 읽어 봄직하다.

     

    저자 : 이정동(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외 22인
    출판사 : 민음사
    출판일 : 2019. 4.
    쪽수 : 514
    서평자 :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 미국 Stanford University 물리학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음 / 지식노마드, 2015 / 559p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음 / 지식노마드, 2015 / 559p.

     

    클라우스 슈밥 지음, 송경진 옮김 / 새로운현재, 2016 / 287p.
    클라우스 슈밥 지음, 송경진 옮김 / 새로운현재, 2016 / 2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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