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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배드 블러드: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기사 작성일 2019-07-31 09:31:55 최종 수정일 2019-07-31 11: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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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9. 배드 블러드.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실리콘밸리를 흔든 희대의 사기극, 테라노스 사태의 전말

     

    "월그린과 세이프웨이를 유통 파트너로 삼은 엘리자베스는 갑자기 스스로 초래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바로 그녀가 두 회사에 소량의 혈액 샘플로 수백 가지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에디슨으로는 혈액 내 물질을 측정하기 위해 항체를 사용하는 면역 분석 검사만 실행할 수 있었다. 면역 분석 검사는 비타민 D를 측정하거나 전립선암을 감지하는 검사와 같이 일반적인 검사들만 포함됐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나 혈당을 측정하는 다른 일상적인 혈액 검사에는 완전히 다른 실험 기술이 필요했다."(145페이지)

     

    배드 블러드는 실리콘밸리의 역사에 길이 남을 테라노스와 엘리자베스 홈즈의 역대급 사기 행각의 전말을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 존 캐리루가 폭로한 책이다. 수많은 내부 고발자들의 증언과 방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테라노스가 어떻게 사람들을 속였으며, 마침내 거짓말이 탄로 나게 됐는지를 박진감 있게 서술한다. 

     

    생명공학이나 스타트업 업계에 일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몇 년 전 떠들썩했던 테라노스 사태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테라노스는 '피 한 방울로 수많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실리콘밸리에 혜성처럼 등장한 생명공학 회사다. 엘리자베스 홈즈라는 미모의 젊은 여성 대표이사(CEO)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스탠퍼드 대학 화학과를 중퇴하고, 수년 동안 비밀리에 이 기술을 개발했다는 스토리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회사는 총 1조 5000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2015년 기업 가치는 무려 9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세계 최고의 자수성가한 여성 부호가 됐다. 결국에는 테라노스의 주장은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으며 그런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필자도 테라노스 사태는 웬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에 밝혀진 전말을 보니 실제 사건은 훨씬 더 심각했다. 한마디로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좋은 비전을 가지고 테라노스를 창업했지만, 그 비전을 실현할 기술이 없었음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러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발표했다. 기술의 검증에 대한 요구는 교묘하게 회피하거나 비밀유지 계약으로, 혹은 자신의 비전과 개인적인 매력에 매혹된 정부, 국방, 외교, 재계, 언론 등 고위직의 후광을 등에 업고서 절묘하게 피해 나갔다. 사실 홈즈와 테라노스에 매혹된 사람들은 테라노스의 기술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판단할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대형 약국 체인 월그린즈 계약에서는 의심을 제기한 전문가도 있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무마됐다.  

     

    갈수록 일은 커졌다. 외부 투자 유치는 늘어나서 테라노스는 생명과학 업계 최고의 유니콘이 되고 홈즈는 더 유명해졌으며, 월그린 및 세이프웨이 등과의 대형 계약이 성사되면서 결국 거짓말은 더 늘어났다. 책에는 이러한 과정에서 테라노스가 억지로 실험 결과를 내기 위해 했던 일련의 프로세스가 나오는데 생물학 실험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면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사실 엘리자베스 홈즈는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온갖 거짓말, 조작, 은폐, 왜곡 등으로 점철돼 있었다. 테라노스는 비밀주의와 공포 경영, 협박으로 굴러갔다. 회사의 사기극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경영진에게 충성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해고당해 소리 소문없이 회사에서 사라졌다. 비밀유지 계약을 맺었으므로 내부 사정의 발설도 어려웠다. 내부 고발자에게는 악랄한 법적 수단, 협박, 감시, 미행 등을 동원해 공포감을 주고 재정적·직업적으로 파멸시키려 했다. 때문에 문제가 그토록 많았음에도 테라노스는 사기 행각을 계속 이어올 수 있었다.  

     

    아쉽게도 책에 자세히 나오지 않는 부분은 대체 엘리자베스 홈즈가 이런 행각을 왜 벌였느냐 하는 것이었다. 좋은 비전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그 비전을 이룰 전문성은 없었다. 그녀는 회사에 자기가 주장한 기술이 없으며, 단기간 내에는 구현되지 못할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엄청난 매력, 비전, 전달력, 이미지 등으로 다수의 고위 관계자를 마치 최면을 건 것처럼 매혹시키고, 화려한 스타 CEO로서의 스포트라이트를 만끽했다. 하지만 공식 석상에서도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자신에게 충성하지 않는 사람에게 순식간에 돌변하며, 일부러 자신의 목소리를 감추고 굵고 낮은 바리톤의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잡스처럼 검정 터틀넥 셔츠만 입었다. 

     

    저자는 홈즈가 소시오패스 같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하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에 위험이 되는 일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진행했기 때문이다. 책 집필을 위해 많은 내부 고발자를 취재했지만, 당연하게도 엘리자베스 홈즈는 이 책에 코멘트하기를 거절했다. 이 책의 출간 이후 테라노스의 시가총액은 결국 0원이 됐고, 홈즈는 법정에 불려 다니는 신세가 됐다. 홈즈는 소송 증언 과정에서 "I don't know(모른다)"를 600번 이상 말했다고 한다. 이를 보아 홈즈의 진짜 동기는 영원히 묻히게 될지도 모르겠다.

     

    경영, 투자, 인간관계 등에 여러 교훈을 얻을 수도 있는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사례가 너무 예외적이고 극단적이며 비상식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생명과학/헬스케어 분야에서 연구, 사업, 투자하는 분들은 한 번쯤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현실이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그런 인간의 역사는 또 반복되기 마련이니까.  

     

    원제 : Bad Blood
    저자 : 존 캐리루(월스트리트저널 탐사보도 전문 저널리스트)
    역자 : 박아린
    출판사 : 와이즈베리
    출판일 : 2019. 4.
    쪽수 : 467
    서평자 :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연구소 소장, 포항공과대학교 이학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에릭 토폴 지음, 김성훈 옮김 / 청년의사, 2015 / 528p
    에릭 토폴 지음, 김성훈 옮김 / 청년의사, 2015 / 528p

     

    최윤섭 저 / 클라우드나인, 2014 / 4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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