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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중국을 만든 음식, 중국을 바꾼 음식

    기사 작성일 2019-07-17 09:46:24 최종 수정일 2019-07-17 09: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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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에피소드를 통해서 설명하는 중국 음식의 역사

     

    "이제는 익숙한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자는 뜻에서 이 책을 쓰게 됐다. 거칠게 보면 음식 이야기지만 음식은 소재일 뿐 실상은 음식이 만든 중국 이야기다."(7페이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너무나 많은 한국인과 중국인이 제각각의 이유로 한국과 중국을 다녀갔거나 살고 있다. 막상 서점에 가서 중국 관련 책을 찾으면 기대만큼 많지는 않다. 중국 요리책이나 중국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번역서와 국내 저자가 쓴 몇 권의 책 역시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왠지 모를 허전함이 있다. 아마도 너무나 장구한 역사와 장대한 땅을 가진 중국을 한 권의 책으로 다루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음식의 역사를 에피소드 중심으로 엮은 이 책은 그런 독자들의 갈증을 많이 해소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목차를 펼치면 '하·은·주'부터 '원·명·청'으로 이어지는 중국 왕조의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렇게만 책을 구성했으면 독자는 거의 1만년이 넘는 중국 왕조의 역사를 따라가기에 바빴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왕조별 시대구분을 견지하면서도 중국을 만든 음식, 역사를 바꾼 음식, 오해와 진실을 밝히는 음식 등의 3개의 장으로 나눠 독자를 유혹한다.

     

    특히 첫 번째 글인 '고대 중국에서는 요리사가 재상'이라는 글은 중국사와 중국 음식에 관심이 있는 독자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저자는 「도덕경」에 나오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다"는 구절을 내세워 요리와 정치의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또 저자는 '재상(宰相)'이라는 한자의 '재(宰)'가 집안에서 일하는 죄인이라는 뜻의 한자임을 설명하면서, 고대 귀족 가문에서 집안일을 총괄하는 사람 혹은 주방을 도맡아서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글자임을 밝힌다.

     

    이 책은 중국의 역사서·철학서·문학작품·요리책 등에서 증거를 찾고 상형문자인 한자의 형상에서 음식의 역사를 살핀다. 그중에서도 발음은 비슷하지만 뜻이 다른 한자를 연결해 상징성을 강조하는 해음(諧音)은 중국인의 특정 음식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새해 춘절이나 중추절 명절에 유자(柚子)를 먹는 이유는 유(柚)가 하늘이 돕는다는 천우신조의 우(佑), 있을 유(有)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해음이 단지 말장난이나 미신이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요사이 중국인이 '국수를 먹으면 오래 산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 이유로 저자는 한나라의 무제와 동방삭 사이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꼽았다. 한 무제가 자신의 생일상에 오른 전혀 화려하지 않은 국수를 보고 화를 내자 동방삭이 요순시대 800세까지 산 팽조의 얼굴이 길었던 것과 가늘고 긴 국수가 비슷하다는 설명을 붙이면서 국수가 장수면이 됐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얼굴이 길면 오래 산다는 '면장수장(面長壽長)'이란 말에서 얼굴 '면(面)'과 국수 '면(麵)'의 발음이 같다는 것도 '국수=장수'라는 상징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했음도 빠트리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에피소드 소개에만 머물지 않고 11세기 북송에서 국수가 장수면이란 별명을 가지게 된 경제사적 측면도 덧붙인다. 송나라에서는 밀이 중심 작물이 되고 조는 주요 식량의 지위를 잃었다는 경제사적 시각을 저자는 놓치지 않는다. 남방의 쌀농사, 북방의 밀농사가 획기적인 생산력 향상을 가져오면서 북방에서는 국수·만두·쌀밥을 주식으로 먹는 전기가 송나라 때 마련됐다고 봤다. 

     

    사실 최근 중국학계에서는 음식의 역사에 관한 책과 논문이 봇물 터지듯 간행되고 있다. 이들 책 중에서는 학술적 연구를 근거로 한 것도 있지만, 고대 문헌에서 특정 음식과 관련된 내용을 뽑아 소개하는 것도 적지 않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만 해도 나는 후자의 책들을 참고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군데군데 저자가 펼치는 주장에는 학술적 근거를 기반에 두고 있음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결코 학술적 성과를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령 두부의 기원과 관련하여 허난성 밀현에서 발견된 후한의 묘비가 있다는 내용은 잘못됐다. 후한의 묘지를 장식한 길이 130㎝, 높이 40㎝의 화상석(畵像石)에는 두부 만드는 과정이라고 주장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1장에 나오는 소고기·양고기·돼지고기에 대한 중국인의 취향 변화에 대한 설명이 3장에 오면 중복되거나 선후가 달라진다.

     

    최근 미국 대학의 역사학과 문화인류학 박사학위논문 중에는 중국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한 훌륭한 논문이 매년 끊임없이 발표되고 있다. 국내 학계에서는 아직 음식의 역사와 문화가 학술적 쟁점이 되고 있지 않다. 이 책의 일부 오류는 오로지 국내 인문사회과학계의 음식학(Food Studies) 수준이 바닥이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이 책을 읽은 젊은 독자 중에 학술적인 음식의 역사 연구자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저자 : 윤덕노(음식 문화 저술가)
    출판사 : 더난출판
    출판일 : 2019. 5.
    쪽수 : 327
    서평자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관장, 중국 중앙민족대학 대학원 문화인류학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2013 / 571p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2013 / 571p

     

    댄 주래프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2015 / 407p
    댄 주래프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2015 / 4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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