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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휴먼네트워크 전문가 서평]경제철학의 전환

    기사 작성일 2019-06-14 17:36:06 최종 수정일 2019-06-14 17: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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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오랫동안 경제정책을 담당했던 저자가 한국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제언을 담아 쓴 것으로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의 한국 경제를 위한 처방전이다. 한국경제는 60년대 70년대의 고도성장기를 거쳐, 80년대 90년대의 국제화 시기를 지나면서 세계로 진출하게 됐고, 최근에는 일인당 국민소득 3만불에 도달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기적을 만든 경제로 지금도 많은 후진국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경제다. 그러나 이런 한국경제에도 어두운 측면은 존재한다. 그것은 소득분배의 불균형, 재벌중심의 경제체제, 낮은 생산성, 신성장동력의 부재, 노령화와 인구감소, 노후소득보장체제의 부족, 은행 중심의 낙후된 금융산업 등이다. 


    한국경제는 주력산업이던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의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감에 따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마찰과 같은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시장도 개척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중에 고용대책도 세워야 한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저자는 케인스적인 수요중심의 경제에서 슘페터적인 공급중심의 경제로 전환하라고 제언한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이론의 핵심은 생산요소들의 창의적인 결합을 추구하는 기업가가 가장 중요한 혁신의 요인이기에 기업가 정신이 잘 발휘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경제를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추상적인 이런 주장을 구체화해 노동, 토지, 투자, 왕래의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자본주의의 고유한 특성인 만성적인 수요부족을 재정정책이나 금융정책으로 해결하는 케인스식 정책에서 기업가의 혁신을 통해 공급이 수요를 창조하는 슘페터식 공급중심의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실제로 반영됐다. 임대주택의 활성화, 아동수당제 도입, 중소기업부 창설 등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더 중요한  정책들이 아직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데, 수도권 규제완화, 산업은행 개편, 은행의 기업금융 강화 등은 매우 좋은 정책임에도 아직 채택되고 있지 못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한 부분은 다른 후진국과 달리 한국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농지개혁 때문이라는 주장과 한국경제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핵심문제가 주거비와 교육비 문제라는 것이다. 전 노동자의 10%도 안 되는 노조를 대상으로 노사정체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것도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시대의 도래라는 관점에서 보면 시의적절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의 금융산업을 공룡과 같은 은행이 주도하면서 금융이 모험자본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가계담보대출에 주력하는 형태가 돼 경제혁신에 도움이 안 된다는 분석이다. 토지의 자유부분에서 저자는 토지이용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은 사유재산이 허용되는 자본주의 하에서도 공급이 한정된 자원인 토지의 경우에는 배타적 소유권이 제약된다는 존 로크의 이론에 비춰 보면 올바른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태호 원장
    이태호 한국금융자산연구원장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훌륭한 공헌을 하고 있지만 약간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일단 경제철학의 전환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실제로는 경제정책의 전환이라는 점이다. 경제철학이란 경제현상에 내재되어 있는 철학적 측면을 나타내는 것으로 "시장경제냐 계획경제냐?", "자유냐 평등이냐?", "롤스의 정의론 이냐 노직의 정의론이냐?"와 같은 좀 더 심층적인 문제다. 단순히 수요중심에서 공급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경제철학의 전환은 아닌 것이다. 두 번째로 아쉬운 점은 모든 정책의 재정적인 뒷받침을 정부에 귀속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모든 문제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하고 있는데 정부가 그런 일을 하기에는 행정적으로도 재원조달면에서도 한계가 많다. 저자는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것은 물론 논리적으로는 타당하다. 그러나 각종 이익단체, 정당, 비정부기구(NGO) 등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와중에 부가세율 인상,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사회복지예산 구조조정 등은 실현가능한 재원조달 방안이 아니다. 또 아쉬운 부분은 중요한 토픽 중 다루어지지 않은 주제가 있다는 점이다. 금융시장과 연금문제다. 슘페터는 경제발전을 위해 기업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은행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는데도 이 책에서는 금융시장 발전에 대한 언급이 없다. 

     

    현실적으로 저자가 말하는 노동, 토지, 투자, 왕래의 자유를 실현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집단들의 이기주의와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내려온 규제의 촘촘한 그물망이다. 정부는 집단이기주의 때문에 정책을 집행할 수 없고 민간은 정부의 규제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바로 한국경제인 것이다. 노동, 토지, 투자, 왕래의 자유를 제약하는 규제를 개혁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을 막는 이익집단의 이기주의를 극복할 방도를 찾아내는 것이 바로 한국경제를 발전시키는 길이다. 과거 수십년간 정부는 규제를 개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어떠한 정부도 규제를 개혁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한국경제의 명암을 제대로 분석하고 있는 좋은 책이다. 경제를 전공하거나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이 시점에서 꼭 한번 읽어보아야 하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저자 : 변양균
    서평자 : 이태호 한국금융자산연구원 원장
    서평자 추천도서 : 
    성경륭외 저 '새로운 대한민국의 구상 포용국가', 21세기북스, 2017. 
    정운찬외 저,  '서울대 경제학자 8인이 말하는 한국경제', 율곡출판사, 2017 
    토마스 호버 저, 김효원 역, '하이에크 vs 케인스 아이디어 전쟁', 매일경제신문사, 2018 
    박정순 저,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 무엇이 문제인가', 철학과 현실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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