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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공천과 정당정치

    기사 작성일 2019-05-01 09:39:44 최종 수정일 2019-05-01 09: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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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공천과정을 통해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공천의 영역은 일반 대중의 관심 및 미디어의 초점에서 벗어나 있지만, 실제로는 후보자와 정당뿐만 아니라 의회 및 그 의회의 성과와 관련하여 중요한 결과를 가져온다. 공천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각 정당의 자율적인 결정권 내에 있는데, 당내 권력 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의회 내 인적 구성도 결정하며 의원들의 행태에도 영향을 준다."(14페이지)

     

    최근 몇 해 동안 전개된 정치적 드라마를 배경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도전,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 시민사회, 학계를 가로질러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때로는 이러한 논의가 사회적 합의의 도출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다양한 가치와 견해가 충돌하는 와중에 함께 방향성을 모색해가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형태나 선거제도에 대한 최근의 논쟁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크고 가시성이 높은 주제에만 이목이 집중되어서는 곤란하다. 아무리 잘 설계된 제도라고 하더라도 보다 미시적인 차원의 하위 제도와 관행의 뒷받침 없이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당의 공천 제도를 연구하고 나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 책의 의미와 기여를 이 지점에서 적극적으로 찾을 수 있다. 정당 내에서 어떤 후보자가 공천을 받느냐의 문제는 단적으로 이후 선거에서 어떤 사람이 국민의 대표로 선출되느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민들에게 선택지가 주어지기 이전에 일차적인 문지기의 역할을 정당이 하는 셈인데, 선거과정과 정당정치 전반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분임에도 그동안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뽑고 싶은 사람이 없다'거나 '다 똑같다'는 체념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애당초 어떤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투표지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이 책은 공천에 관한 거의 모든 주제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도입부에서 공천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실제 후보자들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공천이 왜 중요한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들은 공천이 '비밀의 화원'처럼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 접근도 풍부하지 못하고 유권자들의 관심도 덜 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 중요성에 걸맞게 공천과정 역시 정치학의 다른 영역들처럼 치밀하게 분석되고 이론적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제1부에서는 네 개의 장에 걸쳐 공천방식에 대한 분석틀을 제시한다. 공천의 구성요소를 분해해 후보자격요건, 공천주체, 분산화-집중화, 지명제-경선제에 대해 각각 소개한다. 공천에 대한 기존의 논의가 주로 공천주체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데 반해, 저자들은 나머지 세 차원 또한 왜 동일한 비중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흔히 주목을 받는 것처럼 누가 공천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지의 문제에 못지않게, 그러한 결정이 중앙당 수준에서 이루어지는지 그보다 더 하위수준으로 분산돼 있는지도 중요하고, 여러 경선 방식들의 제도적 차이도 세심하게 봐야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기본적인 관점이다.

     

    이러한 세부적인 분석틀은 각각의 공천방식들이 결국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대한 논의가 책의 후반부에서 전개되는데 저자들은 참여, 대표성, 경쟁, 반응성이라는 네 개의 렌즈를 통해 공천방식을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 네 가치들이 때로는 서로 상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적의 조합을 찾는 섬세한 제도 설계가 중요한 이유이다. 예컨대 국민참여경선의 확대나 여론조사 등을 도입해 공천주체에 대한 개방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공천후보자들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수동적인 경선 투표자 문제 등이 발생해 참여의 질을 끌어올릴 수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들은 현역의원 공천과 관련한 공정한 경쟁의 문제, 후보 중심적 정치와 정당 중심적 정치의 긴장관계 등을 실제 사례와 함께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의 큰 장점은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저자들이 그동안 연구해온 공천방식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 준다는 데 있다. 과연 어떤 공천방식이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공천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모델이 결론에서 도출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저자들도 강조하듯이 공천제도는 한 국가의 민주주의 시스템과 이에 속한 각 정당들의 특성에 맞도록 설계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공천방식'에 대해 저자들이 제시하는 하나의 해답은 한국의 맥락에서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정치권의 역량이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각도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전근대적인 '밀실 공천'과 성급하게 도입된 '개방형 공천'의 양극단을 오가는 와중에 정당정치가 제자리를 찾지 못한 문제는 반드시 지적해야 할 것이다. 정치학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개선방안을 고민하는 시민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원제 : Democracy within Parties: Candidate Selection Methods and their Political Consequences
    저자 : 르우벤 하잔 ․ 기드온 라핫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역자 : 김인균, 길정아, 성예진, 윤영관, 윤왕희
    출판사 : 박영사
    출판일 : 2019. 3.
    쪽수 : 337
    서평자 : 김주형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부교수,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정치학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버나드 마넹 지음, 곽준혁 옮김 / 후마니타스, 2004 / 302p
    버나드 마넹 지음, 곽준혁 옮김 / 후마니타스, 2004 / 302p

     

    박상훈 지음 /  후마니타스, 2017 /  416p
    박상훈 지음 / 후마니타스, 2017 / 4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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