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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휴먼네트워크 전문가 서평]동물학대의 사회학 : 동물학대 연구는 왜 중요한가?

    기사 작성일 2019-05-01 07:41:49 최종 수정일 2019-05-01 07: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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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의대학생 시절 동물원으로 실습을 나갔을 때 일이다. 동물원 수의사 선생님이 몇 년 전 있었던 일이라면서 일화를 소개해주셨다. 동물원에 있던 동물(맹수 중 한 종류) 한 마리가 우리를 탈출했고, 포획하려고 했지만 실패해 결국 사살했다는 얘기였다. 그때 나는 동물원 우리를 탈출한 동물이 사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전까지 그런 뉴스를 본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대전 오월드를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 사진이 신문 1면에 실리고 저녁 뉴스에서 주요 뉴스로 소개된다. 관련 토론이 열리고, 동물원 폐쇄 청원까지 벌어진다.

     

    동물보호단체 대표의 거짓말 논란, 강아지공장 사태, 야생동물카페의 동물 관리, 수족관 내 수생동물 폐사 사건, 실험동물의 복지, 방음벽과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까지. 논쟁거리가 되는 동물 관련 소식이 너무나 많아졌다. 과거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동물 사건'이 이제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다. 그만큼 동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고, 이는 곧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도 동물보호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동물학대는 인간폭력과 연관돼 있다. 국민은 특히 동물학대 사건에 가장 크게 반응한다. 국회에서도 동물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 『동물학대의 사회학』이다. 유영철, 강호순, 이영학 등 잔인한 살인범들이 동물학대를 했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정말 동물학대범이 사람 범죄자로 발전하는 걸까? 유영철, 강호순, 이영학이 특이한 케이스는 아니었을까? 과학적으로 '동물학대'와 '사람범죄'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을까?

     

    이런 나의 고민은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 부분 해결됐다. 동물학대와 인간폭력은 분명 연관성이 있으며, 인간폭력과의 연관성을 떠나서라도 동물학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받고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깨닫게 됐다. 이 책에는 동물학대의 정의부터 동물학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동물학대에 관한 사회학적 접근, 인간폭력과의 연계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결과가 소개된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정책에 대한 제안도 제시돼 있다.

     

    이학범 수의사
    이학범 수의사

    단순히 동물학대를 했던 사람이 추후 인간에 대한 범죄를 일으키는 것만이 아니었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어려움을 겪은 아이들이 동물을 학대하게 되는 경우도 흔했다. (아동)학대의 피해자가 (동물)학대의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동물학대를 목격하거나 저지른 적이 있는 학생 중 60%가 아동학대나 부모의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아동학대가 있었던 미국 뉴저지 주의 가정 중 88%가 가정에서 동물학대 행위가 이뤄졌다. 아동폭력이나 여성폭력 가해자들은 피해아동이나 피해여성을 겁주고 침묵시키기 위해 종종 그들의 반려동물을 해치거나 해치겠다고 위협했다. 피학대여성은 일반여성에 비해 '그들의 반려동물이 폭력 가해자로부터 위협받거나 학대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11배나 높았다. 거의 모든 동물학대의 가해자는 남성인데, 유일한 예외는 '애니멀 호딩'(자신의 관리 능력 이상으로 동물을 많이 소유하는 동물학대)이었다. 이들 가운데 4명 중 최소 3명이 여성이었다.

     

    『동물학대의 사회학』에는 수많은 연구결과와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지속적으로 제시된다. 주로 미국과 유럽의 자료이긴 하지만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다. 이는 추후 국내에서 관련 연구를 기획·시행할 때 밑거름이 되고, 국내 정책 마련과 법개정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1995년에 준범죄 수준의 동물학대 관련법이 있는 주가 10곳도 되지 않았지만, 현재 50개 주 전 지역에서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지난 2월까지 제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동물보호법은 총 60건. 이미 제18대 국회(17개), 제19대 국회(35개)보다 훨씬 많은 동물보호법이 발의됐다. 그리고 대안 형태로 세 번의 동물보호법 개정이 이뤄졌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안타까움이 생긴다. 이슈몰이와 민원해소 차원의 법안 발의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2016년 강아지공장 사태가 벌어지자 관련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가 줄을 이었다. 2017년 개물림 사고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자 맹견 관리를 강화하는 법안 발의가 이어졌다.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었고, 결국 대안 형태로 통과됐다.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동물보호법 개정은 불가능한 것일까.

     

    지난 2013년(제19대 국회),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안이 발의된 적이 있다. 동물보호법의 명칭부터 '동물복지법'으로 바꾸는 내용이었는데, 여야 국회의원 4명이 공동발의했다. 결국 법 개정은 실패했고 여전히 법 이름은 동물복지법이 아닌 동물보호법으로 남았다. 당시 동물복지는 생명존중 의식 함양 등 인간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여야 국회의원이 힘을 합쳐 법안을 공동으로 마련할 만큼 동물보호복지는 쟁점 사안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도 과학적인 근거와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동물보호법 개정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그 첫발을 『동물학대의 사회학』으로 내딛어보면 어떨까.

     

    저자 : 클리프턴 P. 플린
    역자 : 조중헌
    서평자 : 이학범 수의사 겸 데일리벳(수의학전문신문사) 대표
    서평자 추천도서 :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 캐스린 바워스 저, 이순영 역,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 모멘토, 2017
    이형주 저,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책공장더불어, 2016
    마고 드멜로 저, 천명선·조중헌 역, '동물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공존, 2018
    황윤 저, '사랑할까, 먹을까: 어느 잡식가족의 돼지 관찰기', 휴,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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