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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휴먼네트워크 전문가 서평]역사속의 세금 이야기

    기사 작성일 2019-04-12 10:28:01 최종 수정일 2019-04-12 10: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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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세의 핵심은 국가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원부담을 그 구성원 간에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다. 특정계층이 불합리하게 무거운 부담을 진다면 그에 대한 불만은 높아지고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회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책은 조세와 관련되는 개별사건을 중심으로 그 배경과 전개과정, 현대적 의미를 중심으로 조세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조세저항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민주주의 발달의 이정표적인 사건인 1215년 영국의 대헌장을 출발점으로 1776년 미국의 독립전쟁, 1789년 프랑스 대혁명에 이르기까지 조세문제의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조선시대 세종이 관리들의 부패로 인한 조세부담을 개혁하기 위한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내놓은 세제개혁의 내용에는 농민들의 세부담을 줄이기 위한 애민사상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어려운 재정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시대별, 나라별 세제개혁의 중심에는 납세자인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한 위정자들의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독립전쟁에서 명확해진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은 납세자에게 자신들을 대표하는, 즉 국민의 대표자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다. 납세자와 국민을 대표하는 대표자를 누가 어떻게 선출하는가의 문제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납세여부가 매우 중요한 기준의 하나로 사용되기도 했다. 현대 국가에서는 조세 등 다양한 부담에 대한 입법을 국민의 대표들이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들이라면 반드시 그 대표선출에 참여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프랑스 인권선언 제13조 제2문에서 "조세는 모든 시민들에게 각자의 부담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부과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현재도 부담능력에 따라 공평한 세부담은 조세법의 입법 시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상이었던 콜베르는 "과세의 기술이란 거위가 가능한 최소한으로 꽥꽥거리게 하면서 가능한 많은 양의 털을 뽑는 것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말은 2013년 세제개편에서 월급쟁이와 영세상인의 반발이 폭발하자 "거위깃털 살짝 뽑기"라는 해명의 뿌리다. 이와 같이 정부가 국민들에게 조세부담을 지우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털을 뽑힌 거위들이 없는지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윤현석 교수
    윤현석 원광대 교수

    세종의 세제개편은 강력한 왕권시대임에도 국정에 참여하고 있는 관료들만이 아니라 지방의 품관이나 농민에 이르기까지 의견수렴의 대상과 범위를 폭넓게 수렴한 뒤에 추진했다고 한다. 현재도 조세문제는 국민들의 부담과 직결되고 계층 간 또는 부문 간의 재분배와 연계되고 있어 정책의 가시적 효과가 뚜렷함으로 인해 의견수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위에서 본 거위깃털 문제 역시 충분한 의견수렴이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점에서 조선시대 세종이 세제개혁 시에 여러 계층 백성들의 민의를 반영하고자 오랜 시간 노력했던 점은 현대 국가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관세동맹은 동맹국간 역내 관세의 철폐와 대외적으로 공통의 관세율을 적용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연방 국가들로 분할된 독일을 경제적으로 통합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정치적 통합을 달성하는 토대로 이어졌다. 특히 독일의 관세동맹은 국가 간 관세 및 경제협력관계의 중요한 역할, 특히 유럽연합의 경제통합에 있어서 그 역사적 배경이 됐다.

     

    미국의 경우 2차 대전 후 유럽재건을 위한 마샬플랜과 냉전, 그리고 베트남전쟁의 수행과 함께 1960년대 이후에는 복지지출의 확충 등으로 정부의 재정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주정부에서도 공공지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됐고 그에 따라 높은 세부담과 공공지출에 대한 납세자들의 조직적인 반발도 증가했다. 그 중 1978년 6월 6일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주민투표를 통해 재산세 세율을 최고 1%로 제한하고, 과세표준이 되는 재산평가액의 상승률을 매년 2%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물가상승률로 제한하는 주 헌법개정안 'Proposition 13'을 약 63%라는 높은 찬성률로 확정했다. 재산세부담에 대한 강력한 제한조치를 설정한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납세자 저항운동은 미국 전역에 걸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Proposition 13'은 기본적으로 높은 재산세 부담으로 한 집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들에게 그 주거의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저자는 역사속의 세금이야기를 다루면서 세금의 문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사했고, 잘못된 조세정책은 납세자인 국민의 저항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명확히 적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국민들에게 조세 부담을 가중 시킬 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의 저항에 부딪치게 된다는 교훈을 입법자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저자 : 원윤희
    서평자 : 윤현석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평자 추천도서 : 
    문점식 저, '역사 속 세금이야기:인권 전쟁 그리고 세금', 세경사, 2018
    오기수 저, '세종 공법', 조율, 2016 
    하노 벡, 알로이스 프린츠 저, 이지윤 역, '세금전쟁 : 걷으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 재승출판, 2016
    전국사회교사모임 저, '사회 선생님이 들려주는 공정무역 이야기', 살림FRIEND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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