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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휴먼네트워크 전문가 서평]허황옥 루트 인도에서 가야까지

    기사 작성일 2018-10-12 09:20:55 최종 수정일 2018-10-12 09: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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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황옥 루트.JPG

     

    2018년 7월 18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언론설명회장에서는 지난 4월 전북 익산쌍릉의 대왕릉 발굴 과정에서 나온 인골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인골의 주인공은 무왕으로 추정됐다. 인골분석 결과 7세기 초중반 숨진 60∼70대 이상의 노년층 남성으로, 이에 해당되는 백제왕은 600년 즉위해 641년 숨진 무왕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2017년 재발굴을 진행하고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분석을 진행했지만 해당 인골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17년 일본인 아쓰이 세이이쓰가 치아와 목관의 관재, 토기 등을 처음 발굴했었다. 흥미로운 점은 2016년 국립전주박물관이 일제강점기 대왕릉 무덤에서 나온 치아 2개와 신라토기 등을 분석해 인골 주인공이 20∼40대 외지에서 온 젊은 여성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2016년 국립전주박물관의 발표를 정면으로 뒤엎은 것이다.

     

    필자가 이번 인골감정 결과에 대해 느낀 점은 사람뼈가 과거 문화를 복원하는데 얼마나 소중한 자료인지를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19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전 국토에서 수많은 고고학 발굴이 진행됐으며 김해 예안리에서는 가야사 복원에 토대가 되는 중요한 유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신라에 의해 멸망한 가야의 역사에 대해서는 문헌자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김해 예안리 유적에서 출토된 사람뼈는 가야인이 편두(褊頭)를 했으며 치아의 인공연마 등 가야인의 생활상을 복원하는데 결정적인 자료를 제공했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가야사 복원이 들어있는데 필자는 김해 예안리 유적과 같은 곳은 가칭 고인골박물관 등의 건립을 통해 국민들과 함께하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법령에 고고학 유적에서 출토된 사람뼈를 문화재로 취급하는 내용이 들어가야만 한다. 또한 사람뼈 연구의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각계의 협력이 필요하다. 현 정부의 가야사 복원이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김병모 선생님의 『허황옥 루트 인도에서 가야까지』는 국민들에게 잊혀진 가야를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 김병모는 1961년 여름 대학생시절 자신의 시조인 수로왕의 능을 처음 방문했다가 왕릉 대문에 그려진 물고기 한 쌍을 보고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신어(神魚)라고 부르는 이 물고기는 인도식 탑과 비슷한 물체를 마주 보고 있었는데 이런 종류의 그림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수로왕릉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왕비의 무덤 앞 능비에 '가락국 수로왕비 보주태후 허씨릉'이라고 씌어 있는 것을 보고 과연 지금부터 2000여년 전에 인도 여인이 머나먼 인도에서 한반도까지 어떻게 왔는지를 저자는 궁금해했다. 이러한 궁금증은 그로 하여금 46년에 걸쳐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네팔, 인도, 영국, 파키스탄, 영국, 독일, 이란, 미국 등을 답사하며 쌍어신앙을 연구하도록 이끌었다. 허황옥의 이름 앞에 '보주태후'라는 칭호가 붙은 이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중국 안악현 내에 보주 허씨들이 집성촌을 이루며 살고 있는 서운향과 민주향을 방문하게 되고 허씨의 종산 암벽에 새겨진 신정(神井)에서 허황옥이라는 이름을 발견한다. 이로써 아득한 옛날의 전설 같은 이야기로만 알려진 허황옥의 혼인여행의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방민규 전문위원
    방민규 전문위원

    쌍어신앙은 신석기시대 메소포타미아에서 탄생했으며, 쌍어는 기원전 12세기에 그 지역에서 아시리아 문화가 꽃피기 시작할 때 만물을 보호하는 신으로 숭배됐다. 그 후 아시리아의 사제들은 인간과 인간의 생활을 보호한다는 의미로 물고기 모양의 사제복을 입고 의식을 집행했으며 그런 물증들이 인장(印章)으로 나타나 있다. 쌍어신앙은 바빌로니아 시대에도 계속되어 왕권의 상징처럼 쌍어문이 유행한다. 그것이 바빌로니아의 지배를 받던 민족들의 이동으로 서쪽으로는 지중해, 동쪽으로는 페르시아까지 퍼져나가게 됐다. 

     

    쌍어신앙은 흑해를 근거지로 일어난 기마민족인 스키타이를 통해 중앙아시아 전역과 알타이 산악지대의 유목민들에게 퍼졌다. 이런 과정에서 쌍어신앙은 각 지역의 토착 신앙과 섞여서 인도 대륙에 흡수됐고, 그것이 힌두교와 불교에 스며들었다. 그래서 기원전 8세기부터 3세기 사이에 중앙아시아를 장악한 스키타이족들은 타고 다니던 말의 이마에 쌍어문을 부적으로 달고 다녔고, 말안장도 쌍어문으로 장식했다. 그 전통은 오늘날 파키스탄 간다라 지방을 운행하는 자동차에 그려진 쌍어문으로 연결돼 있다. 그런 쌍어신앙이 인도인의 이민으로 중국의 운남, 사천 지방의 주민들에게도 퍼져나갔고, 북쪽으로는 라마교를 통해 몽골의 초원 민족들에게도 전달됐다. 쌍어신앙은 사천 지방에서 한국으로 이동한 허황옥 일행에 의해 가락국에 퍼졌고, 다시 가락국 출신들의 일본 이민으로 일본에까지 퍼지게 됐다.

     

    2018년 올해 개정 출판된 『허황옥 루트 인도에서 가야까지』는 마치 한편의 장편 다큐멘타리와 같이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순간까지 끊임없는 흥미로움과 세계사적 지식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 책을 통해 가야에 대한 국민들의 잊힌 관심이 일어나고 고고학유적에서 출토된 사람뼈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법령정비와 고인골박물관 등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저자 : 김병모
    서평자 : 방민규 (재)고려문화재연구원 전문위원
    서평자 추천도서 :     
    방민규 저,『치아고고학으로 본 한국인의 기원』, 맑은샘, 2017
    엄순천 저,『잊혀져가는 흔적을 찾아서: 퉁구스(에벤키족) 씨족명 및 문화 연구』, 서강대학교출판부, 2016
    이상희, 윤신영 저,『인류의 기원』, 사이언스북스, 2015
    국립김해박물관 저,『뼈?뼈!: 고인골, 개인의 삶에서 시대의 문화를 읽다』, 주자소,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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