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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라멘의 사회생활 

    기사 작성일 2017-07-12 16:59:47 최종 수정일 2017-07-12 16: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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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멘의 사회생활(하야미즈 겐로).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 라멘과 일본의 문화 내셔널리즘

     

    책의 부제목이 '일본과 함께 진화한 라멘 100년사'이듯, 이 책은 라멘에 대한 단순한 정보 차원을 넘어 일본 경제·사회 역사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라멘에 대한 저자의 관심은 '세계화'와 '내셔널리즘'으로 집약된다. 저자는 메이지시대에 중국에서 전해진 라멘이 일본인에게 적합한 모습으로 토착화되고 세계화돼 간 사실, 라멘과 라멘집이 일본의 문화와 사상적 요소까지 담아 일본화돼 간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즉, 라멘을 단순한 음식 차원이 아니라 라멘도(道)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인의 고유한 혼을 불어넣은 문화의 아이콘으로 보고 있는 점이 흥미를 끈다.

     

    책은 모두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은 일본의 근대화와 더불어 중국의 난킹소바가 들어온 이래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가 공업제품인 '치킨라멘'을 개발하기까지 일본과 미국, 나아가서 전 세계의 식량사정과 정책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후발주자인 일본의 대량생산 체제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는 과정을 라멘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다.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의 대량생산 시스템이 본격화되자 일본도 닛산, 도요타 등 자동차 산업을 필두로 대량생산 기술과 경영 철학이 도입되기 시작하였으며, 안도 모모후쿠가 닛신식품을 창업하면서 치킨라멘을 생산하게 된 것이다.

     

    제3장은 전쟁 이후의 부흥기를 거쳐 본격적인 경제 성장기에 들어선 일본 사회의 특징을 서술하면서, 그 과정에서 라멘이 일본인의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유명한 만화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라멘을 보면 시골에서 상경하여 하숙이나 자취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빈약한 주거나 조리환경 아래서도 간편하게 식량난을 해결해주는 편리한 수단이었고, 컬러 텔레비전의 보급을 통해 비추어진 컵라면은 그 지명도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인스턴트 라멘을 처음 즐긴 단카이(團塊)세대(쇼와 20년대 전반의 베이비붐 시대)를 비롯해 일본 고도성장기의 다양한 국면에서 라멘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게 된 사람에게는 자신이 극복했던 가난했던 시대의 추억과 함께 국민 음식으로서 각인된 것이다. 

     

    제4장은 『일본열도개조론』을 쓴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를 필두로 하여 지방마다 개성과 특색을 지닌 향토 라멘이 발생하게 된 과정을 더듬어보고 있다. 패전 후 일본 경제는 소매 물가 지수 100배가 오르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장기불황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 일본 경제를 구한 것이 한국전쟁이었음을 지적하고, 이후 일본이 호황기를 맞이해 개인 소비가 급성장하게 되는 상황을 지방색이 드러난 라멘의 등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역 라멘의 시초가 된 삿포로 라멘, 규슈의 돈코츠 라멘, 표준화로 성공한 기타카타 라멘 등의 탄생 과정과 맛의 특징을 얘기하고, 라멘 박물관이 등장해 지방 라멘에 대한 이야기를 역사로 포장하는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음을 지적하고 있다.

     

    제5장의 첫머리에서는 먹방 열풍이 들끓던 1990년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소개되면 무명의 라멘집이 하루아침에 대박집이 되는, 미디어의 영향력에 의한 라멘 관련 스타 탄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본격적으로 서술하고자 하는 논지는 라멘을 통한 일본 읽기다. 라멘 체인점인 '라멘 지로'의 마니아들에게서 종교성을 본다든지, 라멘집 '멘야 무사시'가 일본 최고의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의 이름을 차용한 의미 등을 적시하면서 라멘에 내셔널리즘 향토애 신토불이 슬로푸드 같은 사상이 유입되는 것도 '예전에 부서지고 흐름이 끊긴 역사와 전통을 다시 찾으려는 의지'로 파악하고 있어 저자가 일본 라멘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라멘이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다가온다. 유입된 문화를 어떻게 자국화하고, 자국화한 문화를 어떻게 세계화해 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해 온 일본의 타문화 수용과 재창조의 특징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문화의 개성과 현 위치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부여하고 있어 일독을 권하고 싶다.

     

    원제 : ラ-メンと愛國
    저자 : 하야미즈 겐로(速水健朗)(프리랜서 작가)
    역자 : 김현욱, 박현아
    출판사 : 따비
    출판일 : 2017. 3.
    쪽수 : 304
    서평자 : 문명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부 교수(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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